시로 배우는 한국어

윤동주의 시를 눈으로 읽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베껴 써 봅시다.

한국어능력 4급

병 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뒷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었던 자리에 누워 본다.

학습내용

 정도

 

【V도록】 앞의 내용이 뒤에서 가리키는 사태의 목적이나 결과, 방식, 정도가 됨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이다.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과 함께 시간의 경과를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나무가 잘 자라도록 거름을 주었다./손님이 편히 주무시도록 조용히 하여야 한다./아이들이 길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한다./철수는 눈만 뜨면 신이 다 닳도록 돌아다녀요./학생들은 밤이 새도록까지 토론을 계속하였다.

 

★ 절제미: 정해진 기준을 넘지 않아 알맞은 가운데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가리킨다.

 

¶ 절제미를 갖추도록 하자./이 풍경화에는 고풍스럽고 소박한 절제미가 담겨 있다.

 

★ 이 시에서 관찰 대상인 '젊은 여자'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이 여자-여자-그 여자-그'로 지시어를 간단하게 바꾸어 가면서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지 생각해 보자.

이 글을 새롭게 바꿔 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