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배우는 한국어

윤동주의 시를 눈으로 읽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베껴 써 봅시다.

한국어능력 4급

사랑스런 추억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학습내용

 의고체

 

【V거라】 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예스러운 느낌을 준다.

 

¶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어서 가거라./그만 물러가거라/가만히 있거라./빨리 먹거라.

 

★ 관조법: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는 불교의 수행 방법이다. 시적 화자가 현재적 자아에 대해 어떤 직접적인 작용을 하지 않고 관찰하듯이 서술한다면 이 역시 관조적 태도에 해당한다.

 

★ 이 시의 화자가 현재 어느 계절에 처해 있으며 어디에서 누구를 추억하는지를 분석하고  마지막 시행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이 글을 새롭게 바꿔 써 봅시다.

고통스런 추억

찬바람이 불던 저녁,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실망과 후회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미래를 향해 후회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바람은 더 거세지고 ――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고통과 후회속에 내팽겨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나의 살을 베며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기차를 피해 정거장에서 떨어진
언덕에서 속삭일 게다.

―― 과거는 과거의 기억속에만 남아있거라.